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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구대상자는 '데이터'가 아니라 '사람'이다
임상시험은 과학적으로 설계되지만, 그 중심에는 늘 '사람'이 있다. 사람은 나이, 질환, 사회적 위치, 이해 능력 등 모든 조건이 다르며, 따라서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자마다 고려해야 할 윤리적·법적 기준도 달라진다. 연구간호사(CRC)는 단순히 연구 절차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, 참여자의 특성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맞춤형 커뮤니케이션과 동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. 본 글에서는 연구대상자 유형별로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, 어떤 법적·윤리적 규정이 적용되는지, 그리고 CRC가 현장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꼭 숙지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한다.
🔷 왜 대상자별 고려사항이 중요한가?
모든 참여자가 같은 기준으로 설명을 듣고, 같은 방식으로 동의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.
각 대상자는 신체적, 인지적, 사회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.
👉 고려사항 없이 획일적인 절차를 적용하면 법적 분쟁 또는 윤리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.
🔷 주요 대상자 유형별 고려 포인트
✅ 1. 고령자 (65세 이상)
- 청력 저하, 시력 저하, 인지력 저하 가능성
- 서류 글씨는 크게, 말은 천천히, 반복 설명 필요
-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경우, 대리동의 검토 필요
👉 CRC는 참여자의 인지 상태를 스크리닝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.
✅ 2. 미성년자
- 만 19세 미만은 법적으로 본인 동의만으로 참여 불가
- 법정대리인(부모 또는 후견인)의 동의 + 아동·청소년의 자발적 동의(Assent) 필요
- 설명문과 동의서는 연령별로 따로 작성되어야 함 (예: 초등학생용, 고등학생용)
👉 본인이 이해하지 못한 채 부모가 동의한 경우는 '유효한 동의'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
✅ 3. 임산부 및 수유부
- 생명윤리법상 ‘취약한 연구대상자’로 분류됨
- 태아 또는 신생아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 고려
- 연구 참여로 인한 위험이 있을 경우, 이득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으면 참여 제한
👉 IRB 심의 시에도 별도 검토 필요하며, 설명문에 '임산부 제외' 여부 반드시 명시
✅ 4. 장애인 또는 인지장애가 있는 대상자
- 지적장애, 정신질환, 인지기능 저하 대상자
- 설명을 이해하는 능력 자체가 제한될 수 있음
- 대리인 동의 + 대상자의 의사표현(거부 시 존중)이 원칙
👉 연구 참여는 '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발적 동의'에 기반해야 하며, 인지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는 동의면제보다 대리동의 절차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.
✅ 5. 외국인 또는 외국 국적자
- 언어 장벽 존재 → 모국어 설명문 및 동의서 제공 필요
- 문화적 차이로 인해 동의 방식, 의사표현에 차이 발생 가능
- 통역사 또는 다국어 가능한 연구팀 인력의 지원 권장
👉 영문 동의서 제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, 문화적 이해까지 포함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.
🔷 IRB 기준에서의 취약한 대상자 정의
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ICH-GCP 기준에서는 다음을 취약 대상자로 본다:
- 미성년자
- 임산부 및 수유부
- 인지장애 대상자
- 경제적 약자
- 군인, 수형자 등 자유의사 표현이 제한된 사람
👉 이러한 대상자의 경우, 추가적인 보호조치와 윤리심의가 요구된다.
🔷 CRC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류 사례
사례 | 문제점 |
경도 치매 환자에게 일반 동의서만 받고 참여시킴 | 대리동의 미이행 → 동의 무효 |
초등학생 대상 연구에서 성인용 설명문 제공 | 이해 수준 불일치 → IRB 지적 |
외국인 대상자에게 영어 설명 없이 한국어로만 설명 | 언어권 미고려 → 자발적 동의 아님으로 간주 가능 |
🔷 연구대상자 맞춤 설명문 작성 포인트
대상자 | 작성시 유의사항 |
아동 | 쉬운 문장, 삽화 활용, 간단한 문장 구성 |
청소년 | 전문용어 최소화, 공감 표현 포함 |
고령자 | 큰 글씨, 줄 간격 넓힘, 반복 설명 전제 |
외국인 | 번역 정확성 확보, 문화적 표현 고려 |
장애인 | 음성 또는 영상 자료 제공 고려, 보호자 참여 유도 |
🔷 CRC가 숙지해야 할 실무 체크리스트
- 대상자의 나이, 신체·인지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는가?
- 해당 대상자에 맞는 설명문과 동의서를 제공했는가?
- 대리동의 요건이 충족되었는가?
- 설명 및 동의 과정이 문서로 남아 있는가?
- 취약대상자일 경우, IRB에 별도 설명자료를 제출했는가?
🟢 마무리 – 대상자에 대한 이해는 '연구 설계' 이상의 윤리 기준이다
임상연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지만,
그 대상자 한 사람 한 사람은 저마다 다른 환경, 조건, 이해 수준을 가진 ‘개인’이다.
연구간호사는 그 개인이 연구를 제대로 이해하고,
자신의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.
‘사람을 위한 연구’는 ‘사람을 이해하는 마음’에서 출발해야 하며,
그 첫 실천은 대상자별 고려사항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.